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공론화를 하지 않고 있다. 인수위의 설익은 정책과 부실한 인사정책으로 민심이 많이 돌아선 상황에서 대운하 정책을 공론화 시킨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총선에서 더 커다란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장관 인사 청문회를 통해서 관련 장관후보자들에게 대운하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대답하는 정도로 조금씩 여론을 떠보고 있을 뿐이다. 대운하 반대 편에서는 이 문제를 공론화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면서 본격적인 토론의 장으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끌어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대운하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 그들이 공론의 장으로 나와서 정당한 토론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다른 정권에서 해왔던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공론화 보다는 밀실에서 결정하고 밀어붙일 것이다. 업적에 눈이 먼 집권자들이 정권 내에 눈에 보이는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빠른 추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FTA광고에 돈을 쏟아 붙고 FTA반대편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지 않았던 지난 정권처럼, 이번 정권은 더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운화 반대편은 대운하 반대에 대한 확실한 의견을 전달하고 여론을 만들기에는 힘이 너무 약하다. 이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영화 "황산벌"에서 백제와 신라의 대치 장면이 나온다. 대운하 찬성측과 반대측의 상황의 대치 상황이 지금 그 장면과 똑같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성안에서 꼼짝도 안하고 숨어 있고, 반대측은 성밖에서 그들이 응전해주기를 바라며 진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영화에서는 성밖에 있는 전력이 뛰어 났지만 지금의 현실은 성안의 전략이 월등히 우세하다. 막대한 예산과 권력을 지고 있는 그들이 움추리고 있다가 성 밖으로 나왔을 때의 전투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미리 싸움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성 밖에서 서울대 교수님들과 많은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도발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응전해주지 않고 성 안에만 있을 뿐이다. 그들이 도발에 응해서 그들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런 도발은 의미가 없다. 영화 처럼, 서로 만나서 장기라도 두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흘릴지 모르는 약점을 잡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총선이 앞에 두고 그들은 전혀 응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응전해 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우선 밑바닥 민심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는 넷심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민심은 대운하 반대의견이 상당히 우수하다. 하지만 인터넷 민심과 현실의 민심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인터넷으로는 현실의 민심인 밑바닥 민심을 확보할 수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넷심과 현실의 민심은 많이 달랐다. 2002년 대선 때의 넷심이 민심을 좌우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상당한 괴리를 만들고 있다. 세대간에 접하는 매체가 다르고 세대간의 소통구조마저 다르기 때문에 세대차이와 갈등이 강화되는 것 처럼, 넷심과 민심은 점점 비동조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마이 뉴스와 한겨레 신문 같은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 많은 보수 언론들이 정권에 빌붙으면서 반대의 목소리는 인터넷이 아닌 곳에서는 거의 막혀있는 상황이다. 대운화 반대측에서는 넷심보다는 민심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환경논리보다는 숫자논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기적인 동물인 인간이 후세대를 걱정하고 배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눈앞의 경제가 중요할 뿐이다. 자신이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환경논리는 살만한 자들의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그래서 나이든 어리신 들에게는 환경논리 보다는 경제적 실익이 없음을 숫자로 강조하는 논리를 강화해야 된다. 그 논리도 복잡해서는 안된다. 숫자는 단순하면서도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대운하 찬성측의 추정예산을 반박하기 보다는 대운하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손실을 추상적 않고, 구체적이야 한다.
대운화 예정지 부근의 민심을 장악해야 한다. 그 지역들은 대운화에 따른 땅값 상승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거기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운화에 기대어 전시성 성과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그쪽민심은 상당히 다루기가 어렵다. 우선 땅값 상승의 이득은 일부 대지주들에게만 간다는 것을 그들에게 상기 시켜줘야 한다. 땅 값 상승으로 이득을 본다고 해도 주변의 지가 상승으로 인해서 이득이 상쇄됨을 설명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현실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근에 종교인들이 하고 있는 대운화 예정지 순례와 같은 방법을 통해서 그 지역의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순례코스로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그 지역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순례코스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하면 일거양득이다.
연예인들과의 연대도 필요하다. 가수 이은하가 대운화 찬성의 노래를 발표한 것 처럼, 반대측에서도 연예인들을 활용한 홍보가 필요하다. 다양한 반대이유나 논리보다는 지명도 있는 인물의 반대의견 하나가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차인표, 신애라의 입양으로 우리사회에 입양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 처럼, 전면에 내세워서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 인물에 가장 접합한 것이 연예인들이다. 10~20대에 어필하는 연예인들도 좋지만 그들보다는 인터넷 접속에 취약한 50대 이상의 장년층에 어필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20~30대는 정치와 사회에 무관심한 편인 반면, 50대 이상은 정치참여도 활발하고 보수적이기도 하고 인터넷민심과는 상당히 괴리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의 폭이 넓지 못한 관계로 이정도 밖에 이야기 하지 못한다. 좀 더 많은 의견을 취합해서 인터넷보다는 현실공간에서의 강력한 선전도구와 방법을 연구하고 이용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반대논리의 정리나 전파가 아니라 전파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성문이 열리는 순간에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무기는 논리와 근거가 아니라 여론과 민심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논리 싸움은 논리적으로 옳다 그르다는 가를 뿐이지, 무기가 되지 못한다. 논리는 무기를 만들기 위한 다른 도구일 뿐이다. 분명 총선이 끝나자마자 대운하 공약 실행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들이 공약했던 7%성장은 물 건너간 상황이고, 대외경제 여건 때문에 6%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들이 약속했던 것을 지켜야지만 민심이 이반하지 않고 그들의 권력을 계속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들은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달려갈 것이다. 개발주의 구시대 경제관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권력자들이 할 수 있는 정책 중에서 가장 쉽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는 것이 대운하 정책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행할 것이다. 돈과 권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좀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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