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외사촌 동생이 이번 겨울방학에 포경수술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몇 달 전 씨네21이라는 잡지의 정훈이만화에서는 포경수술을 소재로 웃음을 줬다. 이것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맹목적으로 강요당했던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시간이 바뀌어도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정훈이라는 작가가 포경수술에 대해서 몰라서 인지 아니면 그냥 공감하는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단순한 소재로만 채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무지의 재생산을 반복하고 자아가 미성숙한 대한민국의 어린 남자들에게 폭력적인 칼을 거침없이 가하는 것을 아직도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지에서 시작된 것인가? 아니면 무관심에서 시작된 것인가? 시작이야 어떻든 비판적인 사고 없이 과거부터 해왔던 것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미국사람들이 한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우리의 편협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몇 년 전부터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해서 맹목적인 포경수술 숭배에 반대하는 기사와 운동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그 편협함은 깨어지지 않는다.
포경수술이란 말에 대해서 알아보면 포경수술이란 극소수의 포경(phimosis)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을 말하는 것이다. "극소수의 포경이 필요한 환자"에게 행해지는 의학적 시술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전 남성에게 행해지는 수술이 되었으며,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편협한 인식을 만들어 냈을까?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모두 환자도 아닌데도…… 같은 민족이라는 북한은 포경수술이 거의 행해지지도 않는다.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도 포경수술이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와 필리핀은 광적인 포경수술맹신국가가 되었다. 한 설에 의하면 미군의 주둔과 함께 일어난 백인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포경수술이 에이즈, 성병, 자궁암 등을 예방한다는 의학적인 근거조차 없는 사실에 대한 믿음 또한 그런 편협한 의식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사들 조차 포경수술에 대해서 명확한 지식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편협한 사고는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면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남들과 다 같고 싶어하는 패거리 문화도 한 몫 한다.
사실 포경수술의 기원은 종교적 할렘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여성에게까지 행해지던 행위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로 단정되어 버린다. 지금 종교적으로 포경수술이 행해지는 곳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밖에 없다. 이런 종교를 믿지 않은 나라인 대한 민국이란 곳에서 남성의 포경 수술 비율이 90%에 육박한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맹목적으로 믿고 추종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국과 필리핀에 포경수술을 처음 전수해 주었던 미국도 최근에는 포경수술의 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경수술 자체를 없애자는 움직임도 거세다고 한다. 게다가 어렸을 적에 행해졌던 포경수술을 바로 잡기 위해서 역 포경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는 맹목적으로 추종해왔던 포경수술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 번쯤은 언론과 사회의 외침에 관심을 가지고 무엇인 문제인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소수의 움직임이요 외침이라고 할지라도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는데 맹목적인 추종으로 그 목소리를 외면하고 우리의 자식과 후손들에게까지 계속해 무지의 칼을 들이 댈 것인가?
Ps> 국제인권상 NOCIRC를 수상한 "우멍거지 이야기"라는 책은 내가 이야기 한 것 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혹시나 관심 있는 사람은 꼭 읽어보시고 무지와 그로 인한 폭력의 재생산을 막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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