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의 구분이라는 것이 단순하지가 않다. 어떤 나라에서는 진보적 가치로 평가 받는 것을 보수의 가치로 내세우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나라에서는 보수적 가치로 평가 받는 것을 진보적 가치로 내세우는 집단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중도 보수의 가치를 가진 민주당이 진보 좌파라 매도 되기도 하고, 극보수에 가까운 한나라당이 자신들을 중도 보수라고 우기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해있기도 한다. 이렇게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불명확하고 나라마다 다른 이유는 각 나라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서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행해지고 있으며, 이런 구분으로 이념적 논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 때문이다.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를 최대한 단순화 시켜, 흔히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진보는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고, 보수는 자유의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정치적 관점보다는 경제적 관점이 중심이 된 것으로 평등과 자유 앞에 "경제적"이라는 말을 붙이면 쉽게 이해 될 것이다. 그래서 진보는 경제적 평등을 위해서 국가의 분배적 정책을 강조하는 집단이고, 보수는 경제적 자유 즉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집단이다. 어떤 두 가치던지 간에 모두 경제적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 그 경제적 관점의 추구 방향이 어떠냐에 대한 문제가 갈등의 큰 원인이 되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은 경제적 인간이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든, 단지 더 많은 부를 추구하기 위해서든, 인간이 생활하는 전반에 경제라는 것은 빠질 수가 없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언론노조의 파업에 반대하는 아주 단순하면서 흔히 말하는 논리는 "철 밥통 지키기"라는 것이다. 흔히들 보수 집단이 말하는 집중적으로 말하는 논리이다. 그들은 보통 기업의 규제완화나 이윤추구를 아주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 기업이란 존재 이유가 이윤의 추구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어떤 이들은 기업의 단합도 이윤 추구의 일종이기 때문에 자유시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수에서 말하는 경제적 자유라는 것이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런 관점으로 이번 파업을 바라보면 노조가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파업을 하는 것이 보수적 가치에서 무슨 문제가 되는 것이 의문이 생긴다. 물론 정치적 행위와 경제적 행위의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선거의 특정정당을 지지하고 투표를 하는 것은 결국에 각자의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파업이라는 정치적 행위도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기 위한 당연한 행위인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은 자유시장에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고 철 밥통이든 유리밥통이든 자신들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두 번째 그들의 모순이 같은 단어에 숨어 있는데, 딴나라당 모의원은 mbc의 평균 연봉이 1억원(정확한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라는 것을 강조며 철 밥통이라고 말한다. 철 밥통이라는 이면에는 높은 연봉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배어 묻어나며 선동하는 말이다. 일부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할 때면 귀족노조니 하면서 높은 연봉에 반감을 철저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은 보수가 아니던가? 노동자라고 모두 같은 임금을 받아야 된다는 것은 아주 좌파적 생각이 아닌가? 시장주의를 채택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라고 많은 연봉을 받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음에도 그들은 노동자들의 높은 연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공격한다. 그들은 GM을 말아먹은 회장의 연봉이 4천만 달러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업 임원의 연봉은 얼마나 되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전혀 하지 않고, 지위만으로 값어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임금이라는 것이 개인이 생산한 부가가치의 대가로 받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노동자의 생산성이 임금을 평가할 때 중요하듯 ceo나 임원의 연봉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는 ceo의 고액연봉과 경영성과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ceo의 고액연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소위 보수주의자라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가지고 연봉을 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의 노동자와 경영자에 대한 이런 이중적인 시선은 경제적 동물인 인간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보수의 관점에서 최고의 가치임에도 그들은 노동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노예나 하인으로 보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노동자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행위를 하는 것을 철저하게 저주한다. 파업이라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파업에 대한 철저한 반감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철저한 반감으로 무장해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흔히 파업을 하려면 "북한에 가라"라고 극단적인 말도 하는데, 그들의 말에 모순이 있는 것이, 그들이 이상향으로 추구하는 파업이 없는 지구상에 유일한 나라는 북한 밖에 없다. 북한에 가야 될 사람은 그들이 아닐까? 결국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보수적 가치가 아니라 일부 대기업과 정치권의 이해 관계만을 대변하는 꼭두각시 짓만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철저하게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괴물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우석훈 박사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고 5%의 괴물만을 위해서 투표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파업이 있을 때 마다 뉴스를 보시며 말씀하신다. "경제가 어떤데 파업이야"라고, 내 기억으로는 이 소리를 20년 넘게 들어온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이 레파토리는 변함이 없다. 단지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딴나라당 정권에서는 노동자 탓이나 해외 경제 상황 같은 것을 탓하시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정권을 탓한다. IMF 만들어낸 정권보다 이를 극복한 정권은 언제나 쓰레기 정권일 뿐이다.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아니 보수의 "보"자도 모르는 보수주의자랄까? 나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 특히 이들은 지역감정까지 더하고 있다. 그들의 말이나 행태를 보면 정치적 이념에 매몰되어 자신이 말하는 것의 모순을 조차도 모르는 대한민국의 아둔한 보수주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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