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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내려가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 책 "내려가는 연습"을 읽고.....

by 은빛연어 2008. 12. 23.

 

아직 높이 올라가본 것도 아니고, 그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아등바등 애쓰고 있을 뿐인데. 누군가가 이젠 내려가라고 말한다. 나의 무능함 나의 한계에 절망해 어쩔 없이 내려 가야 하는 것도, 스스로 쉽게 납득하지도 못하는 마당에 자신의 의지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에 누가 쉽게 동의할 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적자생존의 경쟁은 높은 최정점을 향한 것인데, 자신의 의지로 내려가는 , 그것은 스스로가 인생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높은 곳을 향해 유치원부터 시작된 삶의 여정은 초등학교에서는 국제중학교를 향해서, 중학교에서는 특목고를 향해서, 고등학교에서는 서열화된 대학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없이 내몰리는데. 그런 치열한 정글 속에서 스스로 학습한 경쟁의 법칙과 승리의 열망에 익숙한 우리에게 내려가야 한다는 말은 도태와 낙오로 받아들이기 쉬울 뿐이다.

 

도태와 낙오, 그것은 우리가 있던 무리 속에서 홀로 고립된다는 것으로,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사회에서는 얼마나 무서운 공포인가. 거기에 보태진 자존심과 체면이라는 것은 내려가는 것이 자의든 타의든 쉽게 용납할 없는 현실일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올라가려는 우리를 힘들게 뿐만 아니라 뒤에서 우리를 계속 끌어내린다. 외환부족으로 시작된 IMF 평생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붕괴시켰고 거기서 탈락한 이들을 낮은 곳으로 끌어내렸다. 10년이 흘러 다시 우리는 원하지 않는 현실에 직면했다. 전문가들도 예측할 없는 정도로 강력한 시련이 다시 우리를 끌어내린다. 우리와 상관없을 듯했던 미국발 금융위기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라는 것이 덧없음을 알려준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경쟁으로 아웅다웅 해도 주변환경의 급변은 경쟁의 의미나 목적마저 잃게 만들어 버린다. 사람은 앞으로는 쉽게 걸어도 뒷걸음 치는 것이 힘든 것처럼, 뒷걸음 없는 상황은 고통일 뿐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은 고통이요 시련이다. 지난 시절의 시련과 고통은 현재의 풍요로움과 안락함을 잊게 만든다. 그래서 지난 시절의 시련과 고통은 아련했던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우리가 내려가야 내려가는 곳이 바로 추억의 속의 환경일 것인데. 하지만 추억 속의 그곳과 지금 가야 아니 앞으로 내려가야 곳은 완전히 다른 곳이다. 풍요와 안락함에 나태해져 버린 우리는 쉽게 내려가는 곳을 적응하지 못한다. 대신 지난 시절의 시련과 고통 대신 내려오기 전의 풍요로움과 안락함이 추억을 대신한다. 내려온 현재의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일종의 피난처이자, 좌절한 자신에 대한 노스텔지아일 뿐이다.

 

공룡은 멸종해도 바퀴벌레는 여전히 생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맞이한 상황이나 앞으로의 상황은 이젠 과거의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환경의 변화는 급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하류사회라는 단어가 집중 조명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일본 인구의 90% 하류사회가 것이라는 것이다. 양극화가 만들어내는 비극이자 사회의 모순이 만들어낸 희생자들이다. 거기에 우리의 하류정신이 더해져 이런 현상이 고착화 된다는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저 현실에 순응하고 과거의 향수에 취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회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만이 환경의 변화에 쉽게 적응할 있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진화론은 절대진리이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이야 말로 현실을 해쳐나간다. 정권이 바뀌면 구속되는 권력의 불나방들을 보라. 권력의 덧없음을. 흥청망청 돈을 써대다 순간의 금융위기로 집마저 잃는 사람들을 보라. 돈의 덧없음을. 우리의 삶에 필요한 , 힘이 되는 것은 권력도 돈도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우리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았을 오는 결과물일 뿐이다. 돈과 권력만을 추구하다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 중요한 것은 시베리아 벌판에 내버려져도,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내버려져도 환경에 적응할 있는 능력이다. 책의 저자가 말하는 내려가는 연습이 필요한 것은 우리는 이미 그런 적응력을 많이 상실했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연습 - 8점
유영만 지음/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