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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걷기 여행의 의미는..... 책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를 읽고.

by 은빛연어 2008. 12. 26.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 방콕.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현재의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맘껏 이리저리 나뒹굴 있는 그곳 방콕. 방콕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잠수 타지 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부터 전화라는 기기를 싫어해서 연락을 해서 잠수 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지, 인터넷 메신저는 컴퓨터가 켜져 있으면 같이 켜져 있는 것을 그렇게 잠수를 많이 타면서 연락을 끊는 편이 아니다. 친구들이 부르면 부르는 대로 쪼르륵 달려가고, 친구들이 연락을 해오면 바로 바로 응답을 하는데 잠수를 자주 탄다는 오해는 방콕을 너무 사랑한 나의 행동반경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행동반경에 조금씩 변화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동경이랄까? 열망이랄까? 수동형 인간에서 능동형 인간으로 바뀌려는 것인지 내가 주체가 여행을 꿈꾼다. 여행지를 선택하고, 여행의 계획을 세우고, 여행가는 상상을 한다. 현실적으로 시간과 돈이라는 제약이 나의 동경과 열정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내가 지금 실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랄까?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의 여행기에 손이 가고, 눈이 간다. 과거 같으면 여행에 대한 관심도 없어서 지나쳤을 책들인데, 서점의 켠을 차지하고 있는 낯선이의 여행기를 이젠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표지에 번이라도 눈이 가게 되고, 여행지가 어디인지 꼼꼼히 살펴본다.

 

  중에 내가 꽂힌 여행지는 뉴욕, 도쿄, 베를린, 북경, 런던, 파리, 로마, 카이로 같은 유명대도시나 역사적인 도시들이 아니다. 유독 눈과 손이 가는 여행지는 특정도시나 지형이 아닌 "카미노 산티아고"라고 불리는 순례자의 길이다. 내가 순례자의 길의 탄생 배경이 되는 종교를 믿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수 박기영은 파올료 코엘료의 "연금술사" 보고 산티아고를 향한 의지와 열망을 불태웠다고 하는데, 나도 책을 읽었지만, 책이 그렇게 나를 산티아고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불태우지는 않았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산티아고"라는 이름하나에 많은 호기심을 비롯해서 애정까지 가지게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효선이라는 분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라는 책의 저자로, 50대의 여인으로 홀혈단신 길을 걸었다고 한다.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매력적으로 들렸지만, 용기와 결단력에 대한 부러움이 시작이었으리라. 책으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결국 책은 친구의 생일선물로 선택되었을 , 아직 나는 읽지도 않은 상태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하게 책이 조이스 럽이라는 사람이 "느긋하게 걸어라".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으로 그곳을 걷는 과정과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에 대한 책이었다. 걷는 행위에 대한 매력을 물씬 풍기는 책으로 산티아고의 진정한 의미는 순례지라는 것이 아니라 걸음으로써 스스로를 돌아볼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나는 산티아고를 가고 싶은 곳으로 꼽는다.

 

 현대인들에게 한가로이 걷는다는 것이 어느 순간엔가 한량들의 유희일 뿐이다. 빨리 빨리 이곳 저곳 이동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우리의 주인이 되어버린 시간은 느긋하게 한가로이 걷는 것을 쉽게 용납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 저리 사람들에게 부대끼는 번잡한 지하철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것도, 숨통을 죄는 막힌 도로 위의 자동차 속을 박차고 인도로 나오지 못하는 것도,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린 우리의 처량한 모습이다. 한가로이 걷는다는 그것은 이동의 주인은 나이고 시간의 주인은 나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거기에 따라 오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는 나만의 시간이다. 눈과 귀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을 벗어나 머리로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소중한 순간을 제공해 준다.

 

 산티아고는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스스로가 시간의 주인이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달이 넘는 시간 동안에 낯선 곳에 스스로를 내던지면서 걸으면서 생각을 있는 그런 곳이 과연 여기 말고 있을까? 익숙하지 않은 풍경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익숙하지 않는 잠자리까지. 이런 것들은 차이와 다름을 인식하는 다른 기회이지 않을까? 가수 박기영은 산티아고를 걸어간 많은 사람들에 명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걸음 걸음은 다른 누구의 것이 없는 그녀 하나만의 것이고, 과정의 생각들은 그녀 하나만의 생각들이다. 그리고 책을 통해 그녀가 보고 묘사한 풍경들은 그녀 하나만의 풍경들이다. 그렇게 30 일이 넘는 시간의 과정과 생각의 흐름들이 보여주는 그녀만의 소중한 재산 아니 보물들은, 걷는 다는 것의 의미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를 환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