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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아름다운 사랑 영화. 영화 "레스트리스"를 보고..

by 은빛연어 2011. 10. 31.

 미나토 가네의 소설 "소녀"는 죽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진 두 소녀가 죽음에 대해서 탐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접했을 때 어느 정도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 두 소녀는 누군가의 죽음을 옆에서 관찰하고자 각자의 여름방학을 보낸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보다는 삶에 대한 가치를 더 깨닫고 성장한다. 영화 "레스트리스"는 부모님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다른 사람의 장례식을 기웃거리는 에녹과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애나벨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에녹은 부모님과 같이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자신만 살아남고 부모님을 모두 잃는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과 이별에 당황한 에녹은 자신의 상실감과 상처로 다른 사람들의 장례식을 기웃거린다. 부모님의 죽음을 보지 못한 죄책감 때문인지 에녹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과 상실감을 치유하려 하지만,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그런데 한 추도식에서 우연히 애나벨이라는 소녀를 만난다. 서로에게 끌리는 에녹과 애나벨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보듬으며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이 행복의 끝이 점점 다가온다. 애나벨은 병이 재발해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런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애나벨은 죽음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전해준다. 부모님의 죽음을 아직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상처를 가지고 있는 에녹은 그런 애나벨을 통해서 부모님의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죽음과 삶의 교차를 통해서 무섭고 두렵기만 한 죽음이 아닌 담담한 일상과도 같은 죽음을 보여준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가 이렇게 담담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에녹과 애나벨의 알콩달콩한 사랑 모습은 죽음이 갈라 놓을 운명의 연인이라는 것을 쉽게 믿지 못하게 만든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격렬한 사랑은 아니지만, 에녹과 애나벨의 사랑은 그 이상의 강력한 끈이 느껴질 정도로 사랑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걱정과 우려보다는 지금의 현실과 사랑에 충실한 에녹과 애나벨 그들은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삶과 죽음은 극과 극으로 대립되는 것인데, 영화는 삶과 죽음을 하나로 묶어 놓는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삶에 의욕이 없는 에녹과 시한부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사는 애나벨은 바로 삶과 죽음의 장벽과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그 모호함은 삶도 죽음도 우리에게 하나의 인생임을 이야기한다.


 
애나벨의 죽음 앞에서도 에녹은 애나벨과의 추억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 마지막 엔딩은 관객들로 하여금 애나벨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게 만들면서도 삶이 있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죽음이란 삶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고, 삶이란 죽음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서로 대비되는 연인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화의 자막이 올라오는 순간에도 그렇게 긴 여운을 남긴다.

레스트리스 - 10점
구스 반 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