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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멋진 히어로 영화. 영화 "어벤져스"를 보고.

by 은빛연어 2012. 4. 29.


지금까지 마블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히어로 영화들은 바로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쌓아 왔던 과정에 불과하다. 각각의 히어로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들 모두 하나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은 이 영화에 나올 영웅들의 캐릭터와 탄생 배경 등을 설명하는 과정이다. 어떤 영화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 정도로 매력적으로 만들어 졌고, 어떤 작품은 그저그런 흥행 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완성도 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에 대해서 조금이라고 알기 위해서는 충분히 볼만한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영화 "어벤져스"를 보기 위해서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다 봐야 될 필요는 없다. 그 만큼 친숙한 캐릭터의 영웅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과정을 고려해 보면 굳이 영웅들 하나 하나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고 있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영화는 특정 영웅 캐릭터를 일방적으로 강조하지도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드러낸다. 마블 스튜디오의 이전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각 영웅들에 묘사 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즐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단지 토르와 로키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이 영화로만 이해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심각한 단점으로도 작용하지 않는다. 토르와 로키의 관계를 통해서 영화가 심각한 내적 외적 갈등을 야기한다면, 설명의 부족이 이 영화의 단점으로 작용하겠지만, 이 영화의 갈등은 어벤져스와 로키와의 갈등이다.

 

영화는 초반에 어떤 갈등이 이야기를 끌어갈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큐브를 차지하기 위해서 쉴드의 기지에 나타난 로키가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서 어벤져스가 팀을 이루는 과정까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초반의 긴박한 상황에 비해 팀원들을 소개하고 모으는 과정은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줄 수도 있지만, 빠른 속도로 각 영웅들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지루함을 느낄 순간을 주지 않는다.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는 유머들은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을 잠시 이완 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러닝 타임이 긴 만큼 영화 내용의 강약 조절은 관객들을 피곤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이 영화의 핵심 갈등은 어벤져스와 로키의 갈등이지만, 영화에서는 또 다른 내적 갈등이 존재한다. 워낙 개성이 강한 히어로들이다 보니 쉽게 힘을 합치지 못한다. 자기주장이 강해서 자주 서로 다툰다. 어벤져스라는 팀으로 로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런 내적 갈등의 해소가 필요하다. 이 해소 과정은 다른 영화에서 보여주는 전형성을 그대로 따른다. 특별하게 다른 요소를 가지고 오합지졸의 팀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런 내적 갈등이 폭발하는 과정이 개연성이 떨어져 보인다. 영화의 중간 중간에 서로 갈등을 야기하는 요소들을 심어 놨으면 갈등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모든 전개 과정을 거쳐서 영화는 클라이 막스로 향한다. 클라이 막스 전에 전개 과정도 충분히 한편의 영화로써 완성도와 재미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 인데, 영화의 클라이 막스는 이제까지 보여줬던 것은 클라이 막스를 보여주기 위한 맛보기 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뉴욕의 거대한 도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액션신은 모든 것을 압도한다. 입이 떡 버러질 정도의 쾌감과 재미를 한 번에 토해낸다. 이것이 어벤져스의 진면모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야가 좁은 리얼디3D가 아니라 시야가 넓은 2D나 아이맥스 3D로 봤다면, 그 스케일이 더 웅장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좁은 시야로 인해서 큰 스케일의 영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다.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느껴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른 내용의 전개와 웅장한 스케일의 영상은 기대 이상의 오락 영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보여주기만을 위한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마블 스튜디오가 치밀하게 계획해 몇 년에 걸쳐서 만들어낸 다양한 마블 히어로 영화들의 진수를 총집합 시킨 작품인 것 같다. 만화적 스토리가 가지는 단순함과 내적갈등에 대한 모자란 묘사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쉽게 즐겨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