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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독특한 카메라 연출인 인상적인 영화. 영화 "크로니클"을 보고.

by 은빛연어 2012. 3. 30.




이 영화는 참 특이한 카메라 워크를 구사한다. 영화 초반부에는 주인공이 직접 촬영하는 형태로 카메라의 관점을 유지한다. 화면이 많이 흔들리고 어지럽지만,10대 청소년의 투박하고 거친 정서가 그대로 화면에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게 화면을 볼 수 만 없게 만든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개인 사정이 더 해지면서, 카메라로 보여지는 관점은 관객들에게 객관성을 가지지 못하게 만든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주인공 앤드류의 성격적 결함이 겹치면서 만들어진 앤드류의 조금 삐뚤어진 관점 그대로 카메라를 통해서 보게 된다. 관객들은 앤드류의 시선으로 영화 속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게 된다.

 

영화 초반에 앤드류는 자신의 손에서 카메라를 절대로 놓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영화는 앤드류의 카메라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러한 형태는 앤드류라는 캐릭터가 현실 사회와 가지는 장벽을 표현하는 듯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주변 환경과 현실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다. 스스로 장벽을 치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단순히 앤드류가 현실 속 주변인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 보여지는 친구들이 또 다른 세상에 있는 존재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 현실이 앤드류에게는 이상적 세계인데, 자신이 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런 앤드류이지만, 유일한 친구인 맷을 통해서 현실의 경계로 끌려 들어간다. 그러다 또 다른 친구 스티브를 만나게 되고, 세 명이 우연히 한 땅굴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세 친구들은 이상한 힘을 얻게 된다. 아직 미숙해서 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지만, 조금씩 연습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힘을 조절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10대 특유의 호기심과 장난이 펼쳐진다. 그들은 힘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기 보다는 힘을 즐기기에 바쁘다.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돈을 물 쓰듯 소비하는 것처럼, 그들은 힘을 그렇게 장난으로 활용한다.

 

이 때부터 카메라의 시점이 조금씩 변한다. 앤드류의 눈이었던 카메라는 점점 관찰자로 변해간다. 앤드류가 초능력으로 카메라는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카메라는 앤드류 주변에서 그를 계속 주시하기 시작한다. 주목받기를 열망하던 10대 소년에서 주목받는 존재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때부터 카메라의 흔들림은 점점 사라지고, 보통의 영화를 보는 듯한 안정적인 형태의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독특한 카메라의 위치나 시점이 눈에 띄는데, 카메라가 앤드류의 초능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태로 유지하고 있다. 상당히 인상 깊은 카메라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밖에 힘이나 권력을 가지면 주체하지 못하고 폭주 하듯이, 장난으로 힘을 이용하던 이들은 곧 자신이 가진 힘의 무서움을 알게 된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에 사람이 죽을 번 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가 자신의 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앤드류만은 다르게 행동한다.

 

앤드류는 지금의 힘으로 카메라 뒤에서 현실 세계로 나왔는데, 그런 힘을 스스로 억제한다는 것을 동의하지 못한다. 오히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힘이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식의 무서운 논리로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하고 앤드류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들을 순식간에 잃어 버린다. 거기에 닥친 가정의 불행한 문제로 앤드류는 조금씩 조금씩 폭주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카메라의 시점은 또 급변하기 시작한다. 앤드류의 힘에 의한 폭발에 카메라가 부서지는 상황이 가정해서 그런지 카메라의 시점은 다양하게 보여진다. CCTV를 비롯해 주변에 존재 할 수 있는 카메라로 앤드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영화의 초반에는 카메라가 앤드류의 시점이었고, 중반부에서는 앤드류 주변인의 시점이었다면, 영화의 마지막은 카메라의 시점을 주변의 먼 구경꾼으로 만들어 버린다. 앤드류의 감정을 덜 이해하도록 만드는 방관자적 시점이다. 앤드류의 폭주를 그저 구경만 하는 주변의 구경꾼들의 모습을 카메라의 시점으로 표현해 낸다. 성숙하지 못한 10대에 대한 우리 사회가 가지는 방관자적 시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장면을 청소년 문제와 연결 시켜보면, 그들의 문제에 너무나 방관자적인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유하는 것 같다. 특히 초반에 보여지는 앤드류의 처지나 환경이 보여주는 현실은 바로 영화의 마지막 카메라 시점으로 우리가 만들어낸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앤드류라는 존재가 괴물이 되어 가는 것은 단순히 강력한 힘을 가져서가 아니라는 사회적 무관심이나 모순 같은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보여준다. 10대 청소년의 현실을 제대로 표현해낸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카메라의 시점 변화로 현실의 문제점을 제대로 꼬집고 있는 감독의 연출은 대단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