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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이야기만 있고, 캐릭터가 없는 영화. 영화 "액트 오브 밸러"를 보고

by 은빛연어 2012. 2. 25.

액트 오브 밸러 : 최정예 특수부대
감독 마이크 맥코이,스캇 워프 (2012 / 미국)
출연 로젤린 산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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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나 소설 같은 작품에만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는 삶의 모든 곳에 필요하다. 너도나도 스펙쌓기 혈안이 되어 살아가는 불운한 현실에서 더욱 돋보이는 사람은 많은 스펙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혹 할만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다. 그 사람의 스펙이 낮고 지금은 뭔가 모자라고 부족해 보여도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스펙이 보여주지 못하는 매력을 뿜어내고, 그것 자체가 스펙이라는 것을 뛰어 넘는 힘이 된다. 수 많은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소비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도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다. 많은 브랜드 매니저들은 브랜드에 이야기를 입히려고 머리를 싸 맨다. 어떤 경제학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둘만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충고한다. 그 만큼 잘 만들어진 스토리는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기억되고 매력을 끌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감을 끌어 올린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완성도의 영화라도 좋은 이야기를 갖춘 영화는 짧은 시놉시스나 줄거리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당긴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불평할지언정, 그 영화를 선택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야기다영화 "액터 오브 밸러"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쉽게 알 수 없는 세계의 모습과 이야기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군에 관해서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이야기는 더욱 더 매력적으로 다가 올 수 있는 작품이다. 거기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특수부대의 장비와 전략이 실제와 같다고 하니, 비밀스러운 첩보원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렸던 007시리즈 처럼,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매력은 더 배가 될 수 있는 요소는 충분해 보인다.  



 이야기를 표현할 것이 많은지 영화는 처음부터 긴박하게 흘러간다. 영화 속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나 설정을 길게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런 인물들의 개성, 즉 캐릭터를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숨 가쁘게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자막이 영상을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고 자막이 눈 깜짝한 사이 사라진다.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줄 설정을 제외하면 특별하게 드러나는 것도 없다. 특히 등장하는 배우들과 그들이 맡은 역할 자체가 딱딱하다 보니 연기에서 감정이 표현되지 않아서 그런지 등장하는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초반의 한계를 영화가 전개되면서 극복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영화는 이런 한계를 전혀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반면, 이야기는 숨 쉴틈 없이 전개된다. 하나의 작전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전이 전 세계에서 펼쳐진다. 그 작전 과정에 보여지는 미군의 첨단 장비들은 물론이고, 뛰어난 전략 전술은 영화를 떠나서 그 자체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영화는 여기에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해서 다양한 카메라 워크와 1인칭 슈팅게임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카메라 워크를 구사하면서, 인물들의 긴장한 숨소리까지 크게 부각한다. 실제 눈 앞에서 총격전이 버러지는 듯한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반복되는 작전의 형태는 캐릭터를 전혀 부각시키지 못한다. 영화의 초반에 설정되어 있던 코드들이 간간히 다시 등장해 두 주인공의 사정을 잊지 못하게 하지만, 개성을 전혀 드러내지 못한다. 보여지는 영상과 작전이 펼쳐지는 상황에 몰입은 해도, 인물들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 후반에 뻔한 설정과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이야기의 서술 방식에 있다. 아무리 뻔하고 익숙한 이야기나 설정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또는 색다르게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개연성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의 전개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고,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듬으로써 영화 마지막의 이야기에 개연성과 공감을 부여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1인칭 슈팅 게임 중간에 있는 어정쩡한 느낌의 영화가 되어 버렸다. 미군의 작전에 필요한 첨단 장비와 전략전술을 보여주는 모습은 다큐멘터리 같았고, 야간투시경을 쓰고 작전을 수행하는 인물들의 시점으로 보여지는 카메라 워크는 실감나긴 했지만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그런 상태에서 영화의 마지막은 너무 상투적이고 뜬금 없이 다가온다. 드라마가 살아 있는 일반 영화가 아니라 단순히 군 홍보영화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