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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3D도 이야기도 연출도 모두 엉망인... 영화 "옥보단 3D"를 보고.

by 은빛연어 2011. 5. 15.


 학창시절에 "옥보단"이라는 영화가 처음 개봉했었다.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성에 대한 것이 과도하게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웬만한 에로 영화가 새삼스럽게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당시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억압하고 있는 성에 대한 대리만족과 환상이 어우러지면서 웬만한 남성이라면 그 영화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을 가진 나 같은 남성들이 많은 것 같다.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주인공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영화인데, 영화의 제목 "옥보단"만은 단순한 기억을 넘어 아련한 추억이나 향수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이 영화가 3D로 만들어 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풋"하는 웃음과 함께 "이걸 3D로 만들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영화전문가나 산업계 쪽에서는 3D 영화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장르로 성인물을 뽑는 것으로 보면, 3D와 어우러진 성인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판타지를 극대화시킨다고 보는 것 같다. 이 영화 "옥보단 3D"의 기획과 제작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기기에 "옥보단"이라는 추억과 향수를 가진 사람들의 기억과 어우러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묘하게 높아지는 것 같다. 

 그렇게 이 영화는 3D+추억(or 향수)로 30~40대 남성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그런 관심으로 극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영화의 시작과 함께 산 능선을 타고 날아가는 듯한 연출은 이 영화의 3D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나름 괜찮은 3D인데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이 영화가 그저 3D영화의 유행과 함께 만들어진 조잡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거기서 이 영화는 끝이다. 그 다음부터 전개되는 이 영화의 3D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배경과 인물의 원근감이 명확하지 않은 장면도 속속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영화의 내용을 떠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보기를 거북하게 만든다. 

 노출수위의 파격성이나 내용의 파격성이 기존의 관념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 그래도 참을 만 하겠지만, 이 영화는 엉망진창 3D로 인해서 보는 내내 두통을 유발한다. 아바타부터 시작해 웬만한 3D영화를 극장에서 보면서 이렇게 3D가 불편한 영화는 처음이다. 3D 영화를 보면 두통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개인의 체질 문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두통을 만들어 내는 처음이지 않을까. 결국 이 영화의 화제성에 비하면 3D 영상은 실망 그 자체다.

 그렇다면 내용이나 파격적인 영상미(?)가 3D가 만들어낸 손실을 보상해줘야 하겠지만, 그것 또한 그렇지 못하다. 중국고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보니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주인공인 미양생과 옥향의 깊고 진실한 사랑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들의 애달프고 힘겨운 진실한 사랑으로 영화는 끝을 맺어 버린다. 영화 중간에 내용의 비약적인 전개와 황당함에 헛웃음을 짓는 사람들도 종종 보일 정도다. 

 개인적으로 파격적인 영상미는 차라리 영화 "나탈리"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탈리" 같은 경우는 실험적인 3D 영화다 보니 3D 연출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반면, "옥보단 3D"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토르" 처럼, 3D효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계획 없이 만들어진 3D 영화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영화는 30~4)대의 추억과 향수에 3D라는 새로움을 더해 관객들에게 색다름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다. 추억으로 보기에도 3D로 보기에도 뭐하나 만족스러움을 주지 않는다. 

옥보단 3D - 2점
손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