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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소재만으로 주목을, 영화 자체는 힘겨운. 영화 "헤드"를 보고...

by 은빛연어 2011. 5. 26.

 이 영화를 뭐라 해야 될까? 시작부터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듯한 편집이나 연출부터 눈에 거슬린다. 원래 영화 초반이야 영화 속 인물들을 설명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관객들에게 사전 정보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두서 없이 편집되고 뭔가 어색해 보이는 장면들로 보여지는 이야기의 나열은 초반부터 영화의 몰입도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그러다가 퀵서비스맨 홍제(류덕환)가 오토바이를 타고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실감나는 카메라워크나 빠른 편집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토바이를 타고 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그렇게 인상적인 장면의 연출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연출적 문제를 빼면, 이 영화는 빠른 이야기 전개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머리를 두고 벌이는 박예진과 백윤식의 대면과 추격적은 빠르게 진행된다. 주로 박예진은 도망치고 백윤식은 추적하는 형태를 취한다. 그 속에 감독은 유머 코드를 삽입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있지 못하고 따로 논다. 백윤식과 박예진이 머리와 동생을 교환하기 위해서 처음 만났을 때 보여지는 감독의 편집과 유머코드는 그저 황당하기만 하다. 빠른 이야기 전개로 몰입했던 사람들의 집중력을 흩트려 버린다. 감독이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몰라도 영화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의 일관성을 쉽게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그런 장면들이 곳곳에 나온다. 개인적으로 감독의 유머코드와 맞지 않아서 그런가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다른 많은 관객들 또한 그런 장면에서 별로 웃지 않는 것을 보면 감독의 유머코드나 연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이 영화의 폭발적인 유머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온다. 어떤 이의 연기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기는 싫지만, 영화 속 캐릭터와 전혀 동화되지 못한 데니 안이 진지한 연기를 하려고 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 어색함이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색한 옷을 입고 애쓰는 데니 안이 안타깝기도 하다. 또한 영화 내내 팬티만 입고 소리만 지르는 류덕환 또한 애처롭다. 악당의 손에 잡혀서 죽음의 순간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보니 소리를 지르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약조절이 미약해서 그런지 홍제라는 캐릭터의 절박함과 공포가 전해지지 않는다. 그가 주연했던 "신의 퀴즈"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전보다 성숙한 류덕환의 연기에 감탄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 들 정도다. 영화의 대부분을 박예진이 끌고가기 때문에 비중이 약한 류덕환과 홍제라는 캐릭터가 죽을 수 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내용은 매력적일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개연성이라는 면에서 생각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예진과 류덕환 남매의 애정에 대한 깊은 설명없이 철부지 동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누나라는 캐릭터는 쉽게 공감가지 않고, 박예진의 협박에 사건의 내막을 술술 털어놓는 조교도 공감가지 않는다. 범죄현장을 생중계하는 방송국이나 범죄 현장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기자떼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방송과 기자 관련 부문에서는 하이에나 같은 언론을 비꼬려는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성을 상실한 어이없는 연출은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게 만들기 보다는 그저 쓴 웃음만 짓게 만든다. 영화의 장르를 보면 액션, 코메디라고 되어 있는데 억지스러움이 만들어내는 코메디의 한계랄까? 

 영화를 만들기 전에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 것인지 감독이 정하고 계획 할텐데, 갈팡질팡하다가 중심을 못 잡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결국 매력적인 소재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영화는 어느 하나 기대를 충족 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캐릭터들이 살아있지 못하고, 감독이 의도한 유머 코드는 공감가지 않으며, 이야기의 설득력이나 개연성도 떨어진다. 박예진, 백윤식이라는 두 배우의 피 튀는 대결 만으로 긴 러닝 타임을 견디기에는 힘겹다.

헤드 - 4점
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