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용병기업 블랙워터의 실체 알기. 책 "블랙워터"를 읽고.

by 은빛연어 2011. 5. 5.



블랙워터세상에서가장강력한용병부대의부상
카테고리 정치/사회 > 국방/군사 > 국방/군사일반
지은이 제러미 스카힐 (삼인, 2011년)
상세보기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러셀 크로우는 한 국회의원 비서관의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는 기자로 나온다. 그 국회의원은 벤 애플렉이 연기를 하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는 러셀 크로우와 친구다. 죽은 비서관은 중요한 청문회 자료를 수집해 국회의원에게 전하려다 죽음을 맞이 한다. 그래서 러셀 크로우는 국회의원이 진행하고 있는 청문회와 대상이 이번 사건에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청문회 대상기업을 실체를 규명하려 한다. 영화에서 러셀 크로우가 파헤치는 기업은 거대 용병업체다. 러셀 크로우가 기업의 깊은 곳을 파헤치려고 하지만, 워낙 은밀한 기업이라 쉽게 정보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신변에 위협을 받게 된다. 용병업체와 비리를 밝히려는 기자의 팽팽한 이야기는 우정과 기자 사명 사이의 고뇌로 바뀐다. 그러면서 이 영화 속에 나오는 거대 용병기업 이야기는 수박 겉 할듯이 지나간다.


 영화의 소제로 잠시 용병기업이 비밀스럽고 강력한 존재로 등장하듯, 용병기업의 탄생과 부상은 일반인들이 모르게 급속하게 성장해왔다. 최근에 일어난 리비아 민주화 투쟁을 통해서도 그 단면을 볼 수 있다. 민주화 시민세력과 카다피 정부군의 무력 충돌에 관한 뉴스를 보면 정부군 측이 용병을 고용해서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이전에도 용병들은 아프라카 내전에 개입해서 수 많은 사람의 인명을 살상한 역사가 있다. 국제적으로 제네바협약에서는 용병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하고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협약이 거의 무용지물이다. 이 협약을 비준한 국가가 30여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용병의 역사는 고대로부터 시작된다.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2세는 누비아인을 동원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대 그리스는 크레타섬 출신의 용병을 고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용병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국가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기업이 용병을 고용하고 다시 국가가 기업에게 일을 주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 용병기업은 웬만한 국가의 국방력을 능가할 정도라는 소리가 들린다. 헬기나 전투기는 물론 전차까지도 보유하고 있는 용병기업은 가난한 국가의 국방력과 비교해보면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용병기업들이 급성장하게 된 것일까? 이 책은 "블랙워터"라는 대표적인 용병기업을 통해서 그 이면을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책은 블랙워터의 설립자 에릭 프린스의 성장배경과 사상부터 시작한다. 한 개인의 성장배경이나 사상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용병기업이 용인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이나 사회환경이 같이 맞물리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독교 원리 주의자에 가까웠던 부시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와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용병기업이 번성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티오콘이라고 불리는 이런 기독교원리주의자들은 종교적 사명을 앞에 내세우면서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상당히 적대적인 행태를 취한다. 그런 행태 때문에 기독교원리주의자 였던 미국의 전 대통령 부시를 깡패라고 많은 사람들은 칭한다. 그가 일으킨 의미 없는 이라크 전쟁이나 대테러 전쟁을 보면 기독교원리주의자들의 무서움을 우리는 알수 있다. 용병기업 블랙워터는 배경두고 있는 기업이다. 거기에 철저한 시장주의와 애국심이라는 것이 결합하면서, 정의에 가치판단이 지극히 기독교적인 것이 되어벼렸다. 마치 중세의 십자군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만들어내는 테러를 공포로 생각하고, 극단적인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을 무시하고 배척한다. 하지만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만들어내는 더 거대한 폭력과 학살이 더 무서움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폭력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폭력을 더 가혹하게 비판한다. 이것은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초 강대국 미국의 기만적이고 교묘한 프로파간다에 너무 무비판적으로 미국의 행위를 보아왔던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빈 라덴의 사살을 사건을 두고 미학자 진중권은 트위터에 "이라크인 20만명을 죽여놓고 축하할 기분이 들까"라고 일갈한 것의 이면에는 바로 미국과 기독교원리주의자들이 덮어놓은 기만적인 폭력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세계에서 일어난 폭력의 상당수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폭력에 대한 피해자 측의 반발이고, 이것을 가지고 이해관계 없는 일반시민들에게 공포심을 주어 미국정부가 행하는 폭력이 정당하다는 자기 정당화 일 뿐이다.


 용병기업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폭력의 정당화와 폭력을 좀 더 손쉽고 무책임하게 행사하려는 정부의 의중 그리고 시장만능주의가 만나서 탄생한 괴물이다. 그래서 용병기업의 민간군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 군인과 같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일반 군인과 같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돈 만 있으면 쉽게 정규군인과 같은 전투력을 가진 민간군인을 고용할 수 있다보니, 원칙과 사회적 정의를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행사되어야 할 군사력은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정치적 불안이 높은 국가에서는 갈등해결의 수단으로 손쉽게 무력을 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이나, 아프리카 내전에서 보았던 학살사건은 그런 단면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제껏 조금씩 모습를 드러내던 용법기업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은 블랙워터와 같은 용병기업을 제대로 알고 "부당하고 파괴적인 힘이 부상할 가능성은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이 군산복합체가 우리의 자유와 민주적인 과정을 위협하도록 허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직 깨어 있고 견식 있는 시민들만이 거대한 방위산업과 군부를 우리의 평화로운 방법과 목적에 쓰이도록 견제하고 이끌 수 있으며, 이렇게 해서 안보와 자유를 나란히 번영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는 아이젠하워의 말을 다시 하번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블랙워터 - 10점
제러미 스카힐 지음, 박미경 옮김/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