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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우리 애니메이션.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by 은빛연어 2011. 7. 27.

 각 나라마다 고유의 애니메이션 색깔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적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의 색깔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워낙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해 져서 일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는 웬지 모를 촌스러움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촌스러움 때문인지 국내 흥행에서도 별 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많이 받았다. 그런 작품들 속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수작이라고 평가하는 애니메이션이 "아치와 씨팍"이다. 처음부터 높은 수준으로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B급 정서와 함께 B급 애니메이션 색깔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의 그림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영화의 내용과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체는 영화의 내용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감히 한국적 B급 애니메이션의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계속되는 실패 때문인지 최근에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최근에 "소중한 날의 꿈"이라는 작품이 개봉하긴 했지만, 디즈니의 픽사나 드림웍스 같은 거대한 애니메이션 작품들과 힘을 겨루는 작품으로 보기 힘든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이나 이야기가 진지한 면이 있다 보니,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층인 어린이들을 겨냥한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아련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소중한 날의 꿈"은 어린이 관객이 아닌 어른 관객을 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체는 한국적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느낌이 있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이야기의 배경은 오히려 한국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장점으로 보여질 정도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반면, "마당을 나온 암탉"은 처음부터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노린 작품으로 방학 시즌에 거대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한국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시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어린이 관객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것도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인지를 명확하게 한다. 이런 것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너무 관객층이 제약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보통 유명 배우들의 더빙은 영화 속 캐릭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캐릭터와 배우들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뤄 어색함이 없다. 거기에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사운드는 ost를 따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 높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촌스럽게 느껴지게 만드는 그림체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세련됨이 한국적 색깔을 유지함과 동시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색깔의 작품이 완성된 것 같다. 

 이런 외적인 것들보다 더욱 좋았던 것은 영화의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단순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단순한 것이 가장 좋다는 말처럼, 이야기의 명쾌함과 단순함은 아이들의 눈 높이에도 어른들의 눈높이에도 모두 맞출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이 보는 것은 눈으로 보여지는 이야기의 재미이고, 어른들이 보는 것은 그 단순함이 보여주는 내적 이야기가 가진 또 다른 감동은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도 긴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영화의 이야기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지극히 본능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좁은 닭장에서 달걀만 낳는 암탉이 마당의 자유를 꿈꾸는 모습이나, 어미를 잃은 알을 대신 품어서 모성애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나. 살기 위해서 다른 동물들은 잡아먹는 족제비 등.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의인화 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부 본능적인 삶에 충실한 캐릭터들이다. 이런 본능적인 삶을 거스르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본능과 열망 그리고 의지가 만들어내는 삶의 차이를 영화는 보여준다. 

 그런 모습들이 단순히 동물 세계를 넘어서 우리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인지 영화 마지막에 잎싹이 혼자 독백하는 대사가 인상 깊다. 열망과 동경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했지만, 결국 의지가 없어서 자신 삶의 한계를 스스로 정해야 했던 잎싹의 삶에 대한 후회가 깊이 묻어 난다. 현실 순응적이고 본능으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는 단순하게 의지가 만들어낸 삶의 희망과 행복 만을 무조건 그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본능을 보여주면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같이 남겨준다. 그래서 희망과 의지가 만들어내는 행복감과 기쁨과 함께 마지막에 보여주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본능적 모습에 감동과 여운은 배가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