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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감독의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집착 그러나 조금은 아쉬운. 영화 "시크릿"을 보고.

by 은빛연어 2009. 12. 8.
 

 

 감독이 "세븐 데이즈"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영화는 스릴러라는 영화의 목적을 충실하게 구연해 낸다. 하지만,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풀지 않고 너무 빨리 본격적인 이야기로 진행해, 이야기의 개연성이라는 면에서는 취약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영화는 마지막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여러 인물들이 목적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얽혀버린다. 감독은 관객과 두뇌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재량을 발휘한다.

 

 그래서 영화의 중반까지 영화의 긴장감은 팽팽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감독과의 두뇌싸움에 충분히 승리를 거둘 있을 정도로 사건의 범인을 조금씩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의 긴장감을 점점 떨어진다. 감독도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 총격전과 지연(송윤아) 성열(차승원) 극적인 화해장면으로 관객의 관심을 돌린다. 하지만, 그런 장치들은 눈치 빠른 관객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감독은 여기에 하나의 반전을 엔딩 크레딧 뒤에 숨겨두고 있지만, 이미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줄기에 비해서 작은 반전이기에 극적인 반전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

 

 차승원과 류승룡의 연기는 영화 전반을 장악하면서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에 비해 송윤아의 연기는 개성이 너무 묻혀버린 같다. 그녀의 역할이 영화에서 차승원과 류승룡의 갈등을 유발하고, 영화 전체에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존재라서 거기에 충실한 면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됨으로써 송윤아의 연기 색깔마저도 죽어 버린 같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숨기고 있는 미스터리 존재라는 느낌 외에는 영화를 보고 후에 기억 속에 그녀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차승원과 류승룡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멋진 영화이지만, 송윤아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어쩌면 실망스러운 작품인지 모르겠다.

 

 지연과 성열의 관계를 집중해서 영화를 보자면, 조금은 이상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너무 빠르게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전체적인 이야기의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중간 중간에 감독이 설명을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해 보인다. 지연은 성열을 죽이려던 계획을 취소한 것일까? 아이를 잃은 이후에 제대로 대화 조차 하지 않은 지연과 성열 부부 사이를 생각해 본다면 지연의 생각변화는 쉽게 이해할 없다. 사이에 다른 사건이나 사고 or 지연이 과거에 가졌던 성열에 대한 사랑에 대해 기억 등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쉽게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살인을 의뢰할 정도로 분노한 지연의 감정이 어떻게 바뀐 것일까?

 

 마지막 지연과 성열의 화해와 용서는 진정한 것일까? 감독이 극적인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서 지연과 성열 부부를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만들어낸 화해와 용서라는 결과물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반전으로 진정한 의미를 희석시켜 버린다. 성열은 자신의 잘못을 지연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지연이 가진 용서의 감정은 성열에 대한 용서가 아니라 자신이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그냥 털어내는 수준에 머물러 버리는 같다. 그렇게 보면 사실 성열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은 지연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 자신의 잘못으로 죽어버린 아이의 죄책감이라는 생각이 크게 든다. 결국 부부의 화해와 용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죄책감에 대한 해방을 의미할 뿐인 것이 된다.

 

 전체적으로 영화를 보면 감독은 신경 것은 스릴러라는 장르에 너무 집착해 영화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단지 스릴감을 느끼려는 사람에게는 영화 초반에서 시작해 중반까지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은 충분히 만족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반면 영화를 장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요소를 가지고 보는 사람들에게는 뭔가가 많이 부족한 영화로 보여질 있는 작품이다. 결국 영화는 어떤 이에게는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스릴감을 외에는 무언가 부족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