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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외향성 사회에 힘겨운 내향성 사람들을 위한 책. 책 "콰이어트"를 읽고.

by 은빛연어 2012. 9. 5.

몇 년 전인가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었다. 이 책의 인기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번째 방증이요. 두 번째는 우리 사회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것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 성공에 목 말라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내 기억 속에 이 책은 그렇게 좋은 책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내성적인 사람들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책이었기는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성공을 위해서는 외향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본 받으라는 식으로 끝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게 해석하면 내성적인 성격에 외향적인 성격을 더하면 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내 눈에는 결국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내성적인 성격, 당신 성격에 결함이 있어라는 것 같았다.

 

이것은 사회적 분위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외향성을 찬양하고 추구하는 사회에서 내향성 내성적인 성격은 단점이고 결함이다라고 함부로 정의하는 것 같았다. 사람 저마다의 성격과 개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어떤 성향을 일방적으로 추구하고 강요하는 사회. 그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특정 성격을 열광적으로 추구하는 듯하다. 내향성인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고, 사람들을 보고 외향적인 사람이 되라고 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런 사회에서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런 사회에 적응하고자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을 찾았던 것은 아닐까?

 

이런 사회적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가장 외향적인 나라라는 미국에서도 자신의 내향성이 외향성 사회적 분위기에 맞지 않아서 힘겨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사회적 현상을 분석해 들어간다.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전환했고 "결코 회복하지 못할 개인적 불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는 문화역사가 워런 서스먼의 주장을 인용한다.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증거가 데일 카네기의 부상을 꼽는다. 그가 만들어낸 '자기계발'에 대한 추구 문화는 성공과 미래에 대한 개인적 불안을 그대로 반영한다. 앞에서 말한 책의 제목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것. 그리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그 책에 열광했던 이유.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워런 서스먼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개인적 불안에 휩싸여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그런 슬픈 현실의 반영이다.

 

성격의 문화로 변하면서 개인적 불안에 성공과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외향적 사회로의 변화는 외향적이지 않는 내향적인 사람에게 커다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외향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내향성이 가진 힘의 가치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혼자 있을 때 '의도적 연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도약지점이나 아니면 더 큰 성장의 기회는 '의도적 연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교적이라 혼자 지내지 못하는 십대는 재능을 개발하지 못한다."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보편적으로 확신되었던 열린 사무공간에 대해서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원래 열린 사무공간은 외향성 사회의 반영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산성 향산을 위해서 도입된 공간배치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생산성 저하와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을 초래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개인 공간이 창의성에 필수라면, '동료 집단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역시 필수다."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제시된 이야기 중에 열린 사무공간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브레인스토밍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이 책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의 단점을 드러낸다. "과학적 근거를 보면 기업 사람들이 집단으로 브레인스토민을 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재능 있고 의욕적인 사람들이 있다면, 창의성이나 효율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는 혼자서 일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심리학자 에이드리언 퍼넘의 주장을 인용한다. 집단지성을 활용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에도 개인의 창의성 별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먼저 선행되어야 그 효과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향적인 성격, 내향적인 성격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구분은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내향적인 사람들 중에도 외향적 사람 못지 않은 성격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외향적이나 내향적이냐의 구분보다는 개인이 추구하는 어떤 특정한 목표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런 특성들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자유특성이론이라고 불리는 것에 의하면 "우리는 특정한 성격 특성을 타고나거나 문화적으로 함양되지만 '개인에게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를 위해 거기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화면에서 그렇게 웃기는 코메디언이지만, 집에서는 과묵하거나 조용한 성격을 보이는 사람들이나 무대 밖과는 다른 전혀 성격을 보여주는 내향적인 사람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해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이유가 바로 자유특성이론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굳이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무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넘어서는 행동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내향적 성격에 대한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 만큼 지금 사회는 외향성을 강요하고 개인적 불안을 자극해서 자기계발에 맹목적으로 몰입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표가 스펙 쌓기가 되어 버린 현실을 보노라면 우리사회에 만연한 개인적 불안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기성세대들은 "성격의 문화"를 너무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삶의 여유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능력이다. 개인적 불안이 너무나 커서 타인에게 작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냉혹한 현실이 너무나 커지는 것 같다. 맹목적으로 스펙을 쌓기 보다는 조용히 자신의 삶의 목표를 고민하고 인생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그리고 개인적 불안을 강요하기 보다는 언제든 네가 자기만의 핵심 프로젝트를 찾아서 몰두 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향성과 외향성의 구분하고 그것의 장단점을 파악하기에 앞서 개인적 불안을 희석시킬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또는 사회적 여유에 대한 생각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콰이어트

저자
수전 케인 지음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2012-06-3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우리 안의 외향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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