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주목해야 할 수평적 리더십. 책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by 은빛연어 2012. 9. 5.

사회가 추구하는 리더십의 방향은 시민의식의 성장과 함께 변해왔다. 계급사회에서는 권력의 막강한 힘에 좌지우지 되는 형태의 리더십이 그 사회를 지배했다면 시민의식의 성장하면서 그런 리더십은 점점 힘을 잃어간다. 단순히 시민들을 힘으로 억압하는 전 근대적 리더십은 시간이 갈수록 저항을 불러 일으키고 결국에는 무너졌다. 시민의 힘에 의해 무너진 절대권력형태의 리더십은 이후 새로운 형태의 권력과 리더십을 탄생시키지만, 이름만 바꾼 형태의 폭압적인 리더십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관성이라고 해야할까? 자유와 권리를 스스로 향유하지 못하는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과거에 대한 향수가 그런 리더십을 반복해서 생산해 낸다. 그 시절을 좋았다고 스스로 자위하면서 만들어내는 폭력으로의 복종은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의 탄생과 시민들의 주인의식과 자주성을 심각하게 약화 시킨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 사회의 리더십은 그 사회의 시민의식을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의 교체과정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후퇴와 전진의 반복은 시간의 흐름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시민의식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여전히 누가 대통령이 되면 다해주실꺼야 하는 식의 전근대적 노예의식이 사회에 그대로 남아서 발현된다. 사회의 다변화와 함께 이루어지는 복잡성의 증가는 과거와 같이 한 명의 리더십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는 한계를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한 사람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리더십의 형태는 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과 복종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그들은 아직 전근대적 시민의식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TV나 신문을 보면서 잠시 권력자들의 부패를 욕할 뿐, 나중에는 결국 그런 부패한 권력자들의 또 다른 클론들을 여전히 사랑한다.

 

우리 사회는 유교적 관념이 강한 탓에 아래로 부터의 리더십보다는 위로 부터의 리더십을 더 추종하는 것 같다. 거기에 남자들의 경우 병역의 의무라는 것이 더해지면서 군대에서 익힌 계급사회의 논리를 사회에 그대로 답습해 보여준다. 상명하복의 리더십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리더를 평가할 때 카리스마라는 것에 상당히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통령의 권위를 문제 삼아서 비판하던 정당의 행태를 보면, 우리사회에 남아 있는 계급적 리더십에 대한 향수나 추구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세상은 계급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는 수직적 리더십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시민의식의 향상과 함께 각 개인들이 가지는 주체의식 또한 향상되면서 권이나 계급적 리더십에 굴복하기 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낸다. 이런 상황에서 수직적 리더십은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한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갈등 소지가 높다. 수직적 리더십의 한계에 직면한 현재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수평적 리더십에 주목한다. 공감을 기본 바탕으로하고 있는 수평적 리더십은 수직적 리더십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해결함과 동시에 인터넷을 발달로 탄생한 집단지성의 활용을 더 쉽고 유용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평적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멀티플라이어"는 넓게 보면 수평적 리더십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라는 두 형태의 리더들을 두고 비교를 한다. 멀티플라이어가 수평적 리더십의 리더라면 디미니셔는 수직적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두 리더형태의 비교를 통해서 저자는 멀티플라이어 즉 수평적 리더십의 장점과 특성을 나열해서 보여준다. 여기 나오는 멀티플라이어 인물들과 사례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멀티플라이어들 즉 수평적 리더십의 특징들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키워야 되는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의 그러한 내용들 보다, 책의 처음에 감수자의 글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 글을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나 통념들이 조금씩 무너진다. 지능이 높은 사람 중에서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노벨상과 지능지수와의 관계는 전혀 상관 없다는 자료 그리고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는 미국의 명문대 출신이 6명에 불과하다는 자료들은 공부만 잘하면 그 사람의 다른 재능이나 능력까지 최고로 취급하는 우리의 정서에 커다란 충격을 던질만한 내용들이다. 즉 머리가 좋다는 것, 학벌이 뛰어나다는 것이 결코 학문적 성취나 사회적 성취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명의 천재가 몇 만명을 먹여살린다고 주장했던 제왕적 리더십의 대표적인 모 기업의 총수의 말이 왜 헛소리인지는 이런 자료들이 충분히 증명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수평적 리더십, 그 중에 멀티플라이어라는 기질에 대한 분석과 찬양이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생각해 이 책을 읽는다면 지독한 학벌사회인 우리 나라의 어두운 단면을 다시 보게 만든다. 지능이나 학벌이 미래의 그 사람의 리더십이나 재능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곳곳에 증명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학벌을 숭배해 마지하지 않는다. 이런 숭배가 만들어낸 억압적인 문화가 수평적 리더십의 발현을 막고 멀티플라이어가 자라나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몇 번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통해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식의 큰 성취와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평적 리더십의 발현을 막고 학벌과 물신으로 계급을 나누고 당연시 하는 형태가 깨지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한 리더십의 후퇴와 함께 사회의식의 후퇴까지 만들어내지 않을까? 한 명의 천재는 몇 만명을 먹여살리지 않는다. 한 명의 천재는 몇 만명의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수 만명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게 우리가 추구해야할 리더십이고 인재다. 학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그런 천재가 꽃을 피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멀티플라이어

저자
리즈 와이즈먼 지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 2012-06-08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멀티플라이어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최고의 결과를...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