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는 입시에 눌려서, 대학시절에는 스펙 쌓기에 힘겨워서 그런지 요즘 청춘들에게 연애라는 것을 조금은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자신의 할 것들을 다 하면서도 연애도 하는 나름의 능력자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과거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던 연애에 대한 강좌들과 남자와 여자를 이어주는 커플매니저라는 직업들이 등장해 성행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의 힘으로 연애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러다 연애라는 것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 "초식남"이니 "건어물녀"니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사회현상의 반영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처음부터 낭만적인 사랑과 연애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낭만적인 사랑이나 연애를 꿈꾼다. 단지 "어떻게"라는 방법론과 실천에 있어서 정확하기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은 것은 연애에 대한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에 고민하는 청춘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조그만 도움이라도 얻고자 그들은 연애 카운셀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연애세포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낭만적 사랑과 연애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낭만적인 사랑이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는 낭만적 사랑에 대해서 "옛날 근친간 금기의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드물었던 시대에 우리가 느꼈던 고립감의 잔재"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금기 범위 밖의 사람들과 너무나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고립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낭만적 사랑이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반면, 연애 카운셀러로 명성을 쌓고 있는 김태훈씨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세대들이 낭만적인 사랑과 연애가 드문 이유에 대해서 "기다릴 줄 아는 지구력과 모험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넷이랑 컴퓨터를 통한 가상의 공간에서 맺는 관계가 아니라 친구가 되건 연인이 되건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젊은이들의 연애 무력증"이 걱정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 정확한지 확답은 할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요즘 청춘들은 낭만적인 사랑과 연애에 서툴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몇 가지 연구 결과에 밝혀진 아이러니 한 사실은 "중매결혼이 연애결혼보다 더 오랜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도전할 만한 무언가를 함께 성취하는 협력 관계"가 아니라면, 낭만적 사랑이라는 것이 식으면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인 사랑과 연애에 대한 환상보다 현실적인 만남과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된다. 커플 매니저와 결혼 정보 회사를 통한 만남과 결혼에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신은경, 정준호 주연의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영화는 커플매니저라는 직업이 대중들 사이에 널리 알린 작품이 아닐까. 커플매니저로써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는 효진(신은경 분)은 높은 커플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미혼이다. 어느 날 유능한 벤처 사업가로 얼굴까지 잘 생긴 현수가 회원으로 들어오게 되고. 효진은 현수를 커플로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지만, 어머니 등쌀에 못 이겨 회원으로 가입한 현수는 무관심하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에 효진은 현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영화는 20대에 데뷔한 모지은 감독의 첫 작품이다. 여성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20대의 재기발랄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곳곳에 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생소했던 커플 매니저라는 직업의 세계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에 인터넷에 유출된 결혼정보회사의 회원등급표를 보면 커플 매니저와 결혼정보 회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는 것이 어찌 그곳 뿐일까? 그냥 영화 속 커플 매니저 효진처럼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많은 커플 매니저들이 존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사랑과 연애에 서툰 사람들을 위해서 최근에 생긴 직업 중에 하나가 연애코치가 아닐까? 카운셀링을 넘어서 직접 연애의 비법과 기술을 가르쳐 주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연애까지 코치가 필요하고 사랑과 진심이 아니라 비법과 기술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진실한 사랑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지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진실한 사랑을 믿어도 비법과 기술로 만들어진 사랑에 대해서는 사기 또는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연애코치라는 직업이 아직까지는 양지보다 사람들에게 잘 드러내 놓고 활동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한지 연애코치를 소재로 만든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Mr. 히치 -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는 그런 내용들과 감정들을 담고 있다. 음지에서 일하는 연애 코치 알렉스 히치는 백만장자 상속녀 알레그라에 반한 알버트의 의뢰를 받는다. 숙맥인 알버트를 알레그라와 엮어주는 것이 힘겨워 보이지만, 히치의 도움으로 알버트와 알레그라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 지는데. 히치는 우연히 알레그라의 행적을 쫓는 기자 사라에게 반하게 되지만, 그녀 앞에서 연애 코치 히치는 실수투성이가 되는데. 하지만 히치의 정체가 사라에 의해서 밝혀지게 되면서 알버트와 알레그라의 관계도 히치와 사라의 관계도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은 모래에 쌓은 탑과 같아서 순식간에 무너질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뢰마저도 잃게 만들어 상대방의 마음을 도저히 돌이킬 수 없다. 결국 이 영화는 연애와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연애의 비법과 기술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히치 역할을 맡은 윌 스미스가 사라 앞에서 좌충우돌 하면서 망가지는 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커플 매니저, 연애 코치를 넘어서 이젠 연애 조작단이 등장했다. 스스로 연애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생겨난 연애 조작단. 연애에 서툰 사람들을 위해서 연극을 하듯 각본을 구상하고, 그 각본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집단이다. 아직은 현실 속에서 있지 않은 이야기인 것 같은데. "광식이 동생, 광태"라는 작품으로 열렬한 짝사랑에 빠진 한 사람을 섬세하게 묘사했던 김현석 감독은 그런 발칙한 상상을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으로 담았다.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해서 연애의 성공을 도와주는 '시라노 에이전시'는 영화나 연극에서 처럼 각본에 따라서 작전을 수행해 의뢰인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조직이다. 어느 날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이지만 연애에는 서툰 상용의 의뢰를 받게 된다. 상용이 교회에서 우연히 스치듯 만난 희중이 이번 작전의 목표다. 시라노 에이전시의 대표 병훈은 이번 작전의 타깃녀 프로필을 보고 작전을 망설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로맨틱 코메디 영화가 "달콤 살벌한 연인"이었는데, 그 작품을 능가하는 정말 멋진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짜임새와 완성도 그리고 재미를 갖춘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하나 하나 살아있음을 물론이고 연기하는 배우들이 맞춤 배역이라고 할 만큼 캐릭터에 생생한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 영화들이 얼마나 연애와 사랑에 서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확실 할 수 없지만, 대리만족을 주기에는 충분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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